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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을 밝히는 조합원의 기억 

 조합원 이야기마당 후기 

이야기마당 후기를 모아 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주제이야기마당:건강돌봄편]우리는 정말 더 건강해지고, 아플 때 서로를 돌볼 수 있게 되었을까?


[주제이야기마당:건강돌봄편]우리는 정말 더 건강해지고, 아플 때 서로를 돌볼 수 있게 되었을까?


일시: 2022. 6. 16. (목) 저녁 7시 반

장소: 역촌살림 3층

사회: 추혜인

패널: 문미정, 변은경, 윤종기, 최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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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올해 초, 살림이 10주년을 맞아 큰일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몰랐습니다. 일정이 살림 이야기마당으로 가득 찰 거라곤. (ㅋㅋㅋ) 회사, 생활스포츠지도사 실기운동모임, 교나위 활동, 6주간의 글쓰기수업까지, 늘 재밌어하는 것도 많고 의욕도 많은 덕에 내 일정은 이미 꽉 찼지만, 살림의 기획력과 관심 있는 주제가 담긴 이야기마당들을 모른 체할 수는 없는 일이었기에 그렇게 되었습니다.

[주제이야기마당:건강돌봄편] 신청은 마지막까지 고민했어요. 돌봄을 주고받는 관계와 함께 듣고 싶었지만, 제안했다가 혼자 듣게 되면 속상할 것 같은 마음도 있었고, 무리하게 잡아야 들을 수는 있는 일정이기도 했고요. ‘반드시 듣겠단 욕심 부리지 말고, 그냥 친구들에게 제안해보고 안되면 말자.’하고 단톡방에 제안했는데, 곧바로 경기도에 친구에게 답이 온 거에요. ‘꼭 듣고 싶은데 몇 시까지 진행되는 거야? 늦게 끝나면 혹시 재워줄 수 있어?’라고요. 아이 돌봄을 해주었던 연필 샘처럼, 나도 친구의 배움을 위해 기여를 할 수 있다는 마음에 기뻤고, ‘물론 자고 가도 되지!’라고 단숨에 대답했던 기억이 있네요.

그날 나온 돌봄에 관한 이야기 중에 마음에 남은 몇 가지를 아래에 짧게 정리해서 여러분께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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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님의 이야기: 중증장애인공동생활가정 민들레울

“하반신 마비에 청각장애에 약시인 식구가 학교에서 장 파열이 되어, 부분절제를 하게 되었어요. 24시간 내내 화장실을 다녀야 하는 상황이 된 거죠. 병원에서는 지사제를 처방해주었지만 1주일이 지나면 다시 그 상황은 반복되었어요. 살림에 갔더니 과거력을 묻더니 “장이 짧아지고 하반신 마비가 있으면 운동량이 적은 경우가 많아요. 장이 튼튼해지기 위해서는 운동도 필요하고 유산균도 먹어야 해요”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식구는 유산균도 먹고 운동도 해서 큰 효과를 보았고요.

어디가 아프다는 말을 못 하는 친구는 한번 아프면 x-ray, 피검사 등 온갖 검사를 통해 아픈 곳을 찾아내야 했어요. 입원하여 며칠을 검사받아야 했고, 치료받고 낫기까지는 한 달이 걸렸죠. 나중에 같은 증상으로 다시 병원에 가게 되더라도 같은 검사를 반복했고요. 살림에 갔더니 긴급할 때는 약 처방도 해주더라고요. 한 달을 앓던 친구가 살림에서는 3일이면 낫고, 아픈 빈도도 줄어들었어요.

살림이 있어서 가장 혜택을 받은 건 민들레울이 아닐까 싶어요. 고마워요.”

작년에 엄마가 부정맥으로 쓰러지셨을 때, 살림의 도움을 많이 받았었어요.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발 빠르게 진료받고 수술까지 하실 수 있던 건. 엄마가 놓인 무리한 노동환경, 가정 내에서의 폭력과 스트레스 등을 의뢰서에 잘 기록해준 살림과 무영 원장님이 덕분이었거든요.

민들레울의 이야기를 듣고 환자를 저마다의 복잡한 삶이 있는 존재로 보는 의사는 모두에게 도움이 되겠지만, 특히나 사회적으로 비가시화된 존재들에게 얼마나 필요한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어요.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잘 정리된 말을 하는 환자는 어떤 의사도 잘 보겠죠. 그렇지만 맥락을 잘 들여다봐야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아무나 알아들을 수는 없는 거거든요. 그걸 할 줄 아는 건 살림이 잘하는 거구나, 그건 약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여성주의 건강관’이 있기에 가능하겠다고 생각했고요. (말이 그렇지 정말 쉽지 않은 일을 한다는 걸 알기에, 살림을 사랑하고 응원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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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영 님의 이야기: 질병과 돌봄연대 경험

혜영 님과는 지난여름, <땡땡여성주의학교: ‘가족’도 ‘남’도 아닌, ‘공동체’를 고민하기>를 함께 수강했었고, 질병과 돌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주셨던 기억이 있어요. 이번 이야기마당에서는 돌봄연대의 모습들을 사진으로 직접 보여주셨고 작년에 이야기로 들었을 때와는 다른 무엇가가 느껴졌어요. 그게 말로 표현하긴 참 많이 어렵고요. ‘돌봄 계획표’, ‘돌봄 인수인계’  적혀있는 ‘운동, 씻기, 화장실, 휠체어 산책, 마사지, 잔심부름’ 한 글자, 한 글자에 담겨 있을 감정과 관계와 경험이 담긴 이야기들이 들리는 듯했습니다.

‘나는 누구와 어떻게 살 것인가? 아픈 존재로서의 ‘나’의 역할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작년에도 나누어주셨었는데요. 이번 이야기마당을 통해 저의 ‘아픈’ 존재와 관계 맺는 경험을 자원 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홈리스야학’과 연결짓게 되더라고요. 빈곤은 질병과 장애와 아주 깊게 연결되어있어, 홈리스야학에는 발달장애인과 질병이 있는 분들이 학생으로 많이 계세요.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지난 학기 매주 열리는 합창 교실에서 학생분들께 분명한 무언가를 받고 오고 있는데요. ‘중증장애인도 돌보는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말씀해주신 민들레 님의 말씀에서 그 답의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겠다는 어렴풋한 생각이 들어 나누어보려고 합니다.

저와 합창교실에서 한학기동안 만났던 분들은 이 사회에서 ‘게으르고’, ‘피해주는’ 존재로 낙인찍힌 ‘홈리스’, ‘한글을 잘 못 읽는’ 발달장애인,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는, 자주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에 기분이 확 안 좋아지기도 하는 질병당사자이기도 하지만요. 기쁠 때 웃고 슬플 때 우는 (홍은전의 표현처럼) ‘그냥 사람’이거든요. 함께 모여서 자신의 일상을 나누고, 함께 노래 부르는 그 시간을 무척 즐기는 반짝이님. 평소에는 툴툴대시면서, 가끔씩 같이 배우는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진심으로 표현하는 자물쇠님. 노래를 점점 정확한 음정과 박자로 부르게 되는 것에 기뻐하며, 어려운 파트을 계속해서 반복해도 늘 웃는 모습을 보여주는 꺽쇠님. 악보는 물론 글도 읽지 못하지만 지하 노래연습실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에 이끌려 합창교실을 함께하게 되신 할아버지님. 종강식 합창공연을 하곤 마음껏 희열을 표현하신 림보님. 이 분들의 모습을 보는 것 자체로 어떠한 충만함을 느끼는데요. 함께 기뻐함, 함께 슬퍼함, 기꺼이 돌봄에 동참시킴, 기꺼이 돌봄 받음, 이해관계 없이 이 관계가 사회의 어떠한 규칙과 논리를 깨부수고 있다는 데서 오는 즐거움. 이런 많은 것들이요. 

돌봄에는 다양한 층위가 있고, 살림이 ‘노동의협동’의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 또한 돌보는 것으로 생각하는 저는, 야학의 학생분들이 제게 주는 것 또한 돌봄이라고 생각해요. (한 가지 너무나 중요한 사실은, 어려울 때 함께 고민하는 ‘홈리스야학’ 공동체라는 ‘안전망’ 안에서 이런 관계 맺기와 돌봄이 가능하다는 것이에요.)


#나가며

여성주의 건강관에 대한 다짐자치회 미정님의 이야기, 서로돌봄카페운영팀 낄라님의 이야기에서도 우리가 어떻게 함께 건강해질 수 있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글이 길어지는 것 같아, 다른 기회에 더 이야기 나눌 수 있길 바라며 기약하겠습니다. 한 달 만에 남기는 후기인데요. 조합사업부에서 지치지 않고 후기를 작성해달라고 요청해주신 덕에, 짬을 내어 쓸 수 있었습니다. 미안하고, 감사드려요. :)

‘능력’이 있어야만 돌볼 수 있는게 아니라 ‘돌봄’ 자체가 능력이며, 친밀해야만 돌보는 게 아니라 돌보면서 관계가 만들어지는 돌봄의 역설. 주제이야기마당 건강돌봄편에서 10년간의 살림의 돌봄을 이야기했지요. 앞으로 살림에서 만들어갈 돌봄의 장면과 이야기가 샘솟을 살림 20주년 이야기마당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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