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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머리휘날리며, 처음에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냐면요~(1탄)

어라
2023-03-15
조회수 192

이제는 동네의 명물! 흰머리 휘날리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을까요?

 

때는 바야흐로 2013년, 다양한 동네 사람들을 만나고 건강한 마을을 만드는 일을 함께 도모하고 싶었던 살림은 새로 만든 우리 마을 건강활력소 다짐도 널리 알릴 겸 건강 교육과 운동, 주민 조직 활동을 하나로 묶은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게 됩니다.

 

이름하여, ‘할머니 손은 약손! 동네 건강 돌보는 왕언니 모임’ !


사업은 크게 세 가지의 목표를 갖고 있었는데요,

1.     은평구 내 노인을 대상으로 쉽고, 믿을 수 있는 건강 상식을 알려주고, 기초 건강 체크 서비스를 제공한다.

2.     여성 노인 그룹운동모임을 통해 지역 내 여성 노인들이 건강을 통해 서로 만나 유대감을 형성하고 서로 돌보는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3.     여성 노인의 주체성, 자존감, 통합적 건강을 증진하여 삶의 질을 향상하고, 지역사회 내에서 건강의 주체로 역할을 가진다.

 

첫 번째 목표를 위해 4월-11월까지 월 2회 씩 갈현과 불광 노인복지관에 의사, 간호사, 운동처방사, 의대/간호대 실습학생, 자원활동 조합원이 방문하여 건강체크와 운동 및 건강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는데요, 아직 지역에 살림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때여서 노인복지관들은 처음엔 사업을 좀 망설이셨지만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계신 조합원의 강력한 추천으로 우선 몇 번 프로그램을 열어보기로 하셨습니다. 그 동안은 안전 상의 우려로 가벼운 맨손 체조가 중심이던 노인복지관에서 건강체크와 함께 본격 운동 프로그램이 진행되자 초대박 인기 프로그램이 되었습니다.

 

강당을 꽉꽉 메우며 매 회 30명 가까운 분들이 오셨고, “그 동안 안 해봐서 몰랐지만 우리가 원하는 게 사실 이런 거였다!”는 간증을 계속 들을 수 있었어요. 꾸준히 참여하신 분들은 살림 조합원으로도 가입하시고 의원에도 많이 찾아주셨습니다. 당시 높은 연령의 조합원과 이용자가 적었던 살림에 새로운 얼굴을 볼 수 있게 되어 기뻤던 기억이 나네요.

 

건강 운동 모임도 결성했습니다. 득근이라는 말도 이 때 처음 사용했는데요, 몸과 마음의 근육을 얻는다는 의미로 만들었어요. “근육 있는 할머니들 : 몸, 마음 득근 모임” 은 55세 이상 여성이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고, 주 2회 1시간 반씩 진행했는데, 근황나눔 30분, 근육 운동과 스트레칭 30분, 낙상예방체조 30분으로 구성해서 강사로부터 배우기만 하는 수업이 아니라 서로 돌봄의 관계가 생기기를 바랬던 마음이 들어 있었습니다. 지금은 흰머리 휘날리며에 들어오시려는 분들이 줄을 섰지만 당시에는 살림도 처음 듣고, 근육 운동도 낯설고, 무엇보다 운동만 하는 게 아니라 이후에 뭘 더 하게 될 것 같다는 (정확한) 예감에 참여하실 주민들을 모집하는 데 꽤 애를 써야했어요.

 

55세 이상이 대상인데 이름이 할머니라니! 좀 어색하실 수도 있는데요, 생물학적 나이와 무관하게건강 상태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프로그램이 필요한 분들이 연령 제한 때문에 못오시지 않도록 서울시 담당부서를 적극적으로 설득하여 최대한 낮춘 것이랍니다.   



의료와 운동처방, 모임으로 한다는 관계의 즐거움에 흠뻑 빠진 6주, 12번의 만남 이후 25분의 득근모임 참여자분들 중에 15분을 모아 “동네 건강 돌보는 왕언니들의 모임”이 되었습니다.

내 건강을 챙기면서 우리 건강, 동네 건강도 같이 생각해보면 좋잖아요?

왕언니들은 모여서 건강교육과 워크숍을 5번 진행했습니다.

 

2011년부터 살림에서 건강메뉴라는 이름으로 해왔던 건강프로그램들 중에 참여자분들이 관심을 갖고 해보고 싶은 것들을 골라서 진행했는데요, 노인으로서의 나, 우리에 관한 이야기와 경험들을 나누며 혼자 겪는 일이 아닌 만큼 뭘 동네에서 같이 해볼 수 있을 지도 생각해보았습니다. 뭔가 올 6월에 했던 10주년 이야기마당과도 비슷하네요.

 

건강관리 노하우도 나눴는데요, 손쉬운 골다공증 예방법을 배우고, 내가 먹는 콩나물국 얼마나 짠지 직접 자기 입맛에 맞는 콩나물국을 끓여서 현장에서 염도를 체크해보며 건강한 식습관도 계획했습니다. 서로서로 사이가 좋아지는 지압과 마사지, 단풍나무 아래 평상에서 오손도손 건강간식 만들기 등 같이 모여서 건강과 동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해볼만하다고 느껴질 때쯤,

‘함께 돌보는 건강, 우리 동네 건강 반상회 만들기’라는 이름으로 모임 참여자 5분이 한 팀이 되어 주변 이웃들과 세 번의 건강 반상회를 진행했습니다. 모임 이후에도 자기 돌봄이 이어질 수 있도록 건강수첩을 만들어드렸습니다. 당시 살림은 이웃과의 관계를 건강으로 만들어보고자 건강반상회를 열심히 열고 있었는데요, 지역모임, 동모임, 건강모임 등 지금도 살림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웃과 함께하는 모임의 초기 모습 중 하나인 셈입니다. 건강반상회의 여세를 힘입어 갑상선 질환이 있는 분들의 모임인 갑들의 모임, 동네에서 사회복지 관련한 일을 하는 분들의 건강을 돌보기 위한 모임 등 여러 모임들이 건강반상회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었습니다.

 


2013년 ‘할머니 손은 약손! 동네 건강 돌보는 왕언니 모임’ 사업은 운동과 의료, 돌봄을 연결하는 통합적 관점이 신선하고, 단순 운동 참여자로만 모집하는 것이 아닌 장차 마을 건강 리더의 역할을 하실 수 있다는 생각이 대담하고, 무엇보다 프로그램 내용이 너무나 재미있다!(중간보고 자문위원 의견)는 평가와 함께 2014년에도 여성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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